엔진오일과 에어필터를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것이었지만 고객님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사장님, 신호 대기 할 때 시동이 왜 꺼져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죠.. 항상 그런가요?"

"아니요.. 어쩌다가 한번씩 꺼져요.. 아주 미쳐버리겠어요. ○○정비소, ○○, ○○○.. 다 가봤는데요. 이거 고장이라 그래서 이거 갈고.. 저것도 문제라 그래서 저것도 갈고.. 돈만 왕창 깨지고 고치진 못했어요."

"그게 진짜 문제가 있는 부품이라서 교체했겠지요. 그나저나 신호 대기했을 때만 시동이 꺼진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 때, 다시 시동 걸면 잘 걸리고요?"

"네."

"그럼.. 아마 후진할 때도 어쩌다 한번씩 시동 꺼질텐데요?"

"어머! 맞아요. 후진할 때도 꺼져요. 안그래도 ○○에서 기어박스인가 뭔가 고장이라고 바꿨는데 그래도 꺼져요. 좀 덜 꺼지는 거 같긴 해요."

"흠.. 자동차 공학적으로는 기어고장으로 인히비터 스위치가 안 맞으면 시동이 아예 안걸리지 걸린시동이 꺼지지는 않거든요. 혹시 엔진이 부들부들 떨지는 않아요?"

"어쩌다가 그럴때 있어요."

"일단 알겠습니다. 제가 점검 해볼게요."

엔진이 꺼지는 증상은 시동불량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다가 발생되는 엔진 꺼짐이나 엔진부조는 흡기쪽 문제일 확률이 높습니다.

자동차 공학에서는 '이론 공연비'라는 말이 있는데 공기와 연료가 14.7:1의 비율로 연소실에서 폭발하는 것이 완전연소와 배출가스, 연비 등에서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인데 이 비율에 이상이 생기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물론 디젤기관은 가솔린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논외로 해야합니다.

필자는 진공쪽을 의심했고 역시 위 사진처럼 진공관을 빼서 들어보니 구멍이 뚫어져있었습니다.

이 차의 경우는 진공관이 S자 모양으로 장착되어 있는데 관이 눌려져 안으로 뜨거운 공기가 흐르니 관이 녹아버린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눌려서 막혀 있다가 주행 후 뜨거워지니 구멍이 벌어지고 공기량과 연료분사가 맞지 않으니 시동이 꺼져버리게 된 것입니다. 구멍이 막혔다 벌어졌다를 반복하니 당연히 간헐적 시동꺼짐이 되고, 이런 문제는 진단기에도 나오지 않으니 다른 정비사들이 고치지 못한 이유일 것입니다.

별것 아닌 고무관 같아도 자동차 부품은 비쌉니다.

일단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임시방편이지만 고열에서 버티는 특수테이프로 단단히 감고 S자 관모양이 눌리지 않도록 조치하였습니다. 만일 또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그 때 부품을 교체하자고 말씀드리고 이에 대한 공임은 받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아무 이상 없다고 하시는군요.

원래 주문대로 오일과 에어필터를 교체해드렸습니다.

보편적으로 에어필터는 바로 교체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데 대부분 유럽차들은 에어필터 하나 교체하기 위해서 탈거해야 하는 부품들이 비교적 많습니다.

차를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관리가 쉬운지의 여부도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