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못 고치는 정비사가 있겠습니까만 경우에 따라서는 못 고치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이 차는 약 10년간 못 고친 차인데요. 고장 증상은 고속에서 갑작스러운 엔진 정지입니다.

간헐적으로 계기판 경고메시지가 나오지만 진단기에도 아무런 고장코드가 발견되지 않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 증상이었습니다. 여러군데 서비스센터와 정비소들이 고치지 못한 이유였습니다.

  

사실 필자의 재규어도 똑같은 증상으로 8년간 아무도 고치지 못했었습니다.

정비를 배우게 된 동기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정비를 배운 이후 재규어를 완전히 분해 해보고 무엇이 고장인지 알아냈으니 정비사를 욕할 일도 아닙니다.

 

영국차를 비롯하여 유럽차들의 특징은 정비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수명이 있는 부품들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해야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결국 부품값보다 공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만 부담을 안아야 하는 설계입니다.

센서 하나를 교체하기 위해 엔진을 분해해야 하는 설계이니 경력이 오래된 정비사들은 한결같이 유럽차 설계에 대해 욕을 합니다. 그들은 그것을 기술이라고 하겠지만 소비자는 부자여야 하니까요.

 

인테이크(흡기다기관)와 인젝터(연료공급장치)를 들어내면 센서가 보입니다.

말은 간단합니다만 센서를 보기까지 분리하고 걷어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붉은색 냉각수가 고여있습니다.

엔진블럭을 식혀주는 냉각수가 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옆으로 틀어서 볼트구멍을 뚫어도 될텐데 공구가 겨우 비집고 들어갈 틈 밑에 센서를 고정하는 볼트가 있고 위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 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공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불과 몇mm 정도로 좁아서 볼트 하나를 풀기 위해 엄청난 반복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위 사진에서 화살표가 탈거한 센서이고 오른쪽이 신품 센서입니다.

노크센서라는 것인데 글자 그대로 노크(knock)입니다. 엔진이 내부에서 고장이 났을 때 노크하듯이 엔진벽을 두드리게 되고 그 진동을 감지하여 자동차의 두뇌인 ECU로 정보를 보내게 됩니다.

엔진의 노킹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엔진을 강제로 정지시키는 것인데 고속주행에서는 오히려 위험하게 만드는 전자제어인 것입니다. 전자제어가 지금은 더욱 많이 발전하였지만 20년전 기술이라면 이해해야 할 일입니다.

겨우 센서 하나 교체하는데 해가 지도록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고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유럽차의 자존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